목차
- 독서에도 방향이 있다구요?
-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 부모의 OO
- 부모와 함께하는 독서가 더 빛을 발하는 이유
- 신학기에는 ‘이렇게’ 준비해보세요!
Editor 김미경 Career 글쓰기 지도사, <나는 일기 쓰는 엄마입니다> 저자
“엄마, 제가 그동안 책만 읽었던 게 진짜 도움이 됐어요.”
아들이 고1 때 첫 모의고사를 본 후 했던 말입니다.
참고로 아들은 독해 문제집이나 문해력 문제집, 시험 대비 문제집을 풀어본 적이 없습니다. 인터넷 강의는 물론 논술학원, 입시학원 문고리도 잡아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한 것이 있다면 밥 먹듯 숨 쉬듯 책을 읽었을 뿐입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더 들어볼까요?
“엄마, 국어 시험을 보는데 지문이 중학교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길어.”
“친구들은 지문이 너무 길고 어렵다며 읽지도 않고 찍는 아이도 많았고 시간이 부족해 다 읽지 못해 결국 찍는 아이도 있었어.”
“그런데 나는 다 풀고도 10분이 남았어.”
시험지를 확인해 보니 소설부터 희곡, 기사문, 그리고 철학적이고 과학적인 배경지식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영역의 지문이 있었습니다.
하나의 주제를 가진 지문이 한 면을 꽉 채울 정도로 긴 호흡이 필요한 지문들이 많았습니다.
책 읽는 것이 습관이 되지 않으면 읽어 내려가는 것 자체가 고통일 만큼 빼곡한 지문이었습니다.

영어 시험으로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영어도 국어처럼 시간이 부족해서 다 못 풀었다는 친구들이 많았어.”
“난 다행히 다 풀고 시계를 보니 딱 3분 남았어.”
“시험 수준이 중학교 때보다 확실히 높지만, 난 영어 DVD를 보고 원서를 읽었던 것이 도움이 됐어.”
영어도 국어처럼 시험 대비를 위해 문제를 풀거나 인강을 듣거나 사교육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아들이 꾸준히 했던 것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2, 1학기까지(여름방학 때 자퇴하여 해외 유학) 자막 없이 영어 영상을 보았고 원서를 읽었을 뿐이에요.
단단한 모국어 기반 위에요.
저는 이론으로 무장한 독서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러나 두 아이를 키우면서 20년 동안 꾸준히 책육아를 실천하였습니다.
독서를 강조하는 시대! 부모가 아이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 “책 읽어라!”
그러나 책육아 20년 동안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말, “책 읽어라!”
신학기를 대비하여 어떻게 하면 독서하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지 고민하는 부모님을 위해 독서 이야기 두 번째 글로 제 경험을 나누겠습니다.
1. 교육청이 원하는 답을 찾기 위한 독서 vs 즐거움의 독서
너무 이른 나이부터 영상 미디어 환경에 익숙하고 더불어 입시 경쟁이 과도하다보니 바야흐로 독서의 수난 시대입니다.
학력 수준은 전반적으로 높아져서 가방끈은 길지만, 책육아한다고 거실을 책장으로 꾸며놓지만 긴 글을 읽지 않는, 아니 읽지 못하는 시대, 짧은 글의 의미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시대에 아이들이 살고 있습니다.
신학기 대비 우리 아이 독서지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독서학원, 논술학원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읽기 능력은 읽기를 통해 길러져야 하는데 읽기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논술학원이 의미가 있을까요? 독서학원에 보낸다고 독서 습관이 길러질까요?
학원 다니는 것과 독서 습관과는 별개라 말하고 싶어요.
일상생활에서 밥 먹듯 숨 쉬듯 자연스럽게 독서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가요?
그렇다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생각하는 독서의 목적과 목표는 과연 무엇인가, 왜 아이가 책을 읽었으면 하는가… 독서에 대한 방향성을 확실하게 점검해 보세요.
독서의 뱡향을 세워야 길을 잃지 않을 테니까요. 가고자 하는 방향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좋은 나침반도 쓸모가 없을 테니까요.

우리나라 국어 시험 문제는 아이의 생각을 묻지 않습니다.
네 개나 다섯 개중 하나를 고르라고 합니다. 물론 답은 이미 정해져 있지요.
출제자가 원하는 답, 교육청이 원하는 답. 그러니 내 생각이 아니라 출제자의 의도를 먼저 살펴야 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독서의 중요성을 부르짖지만 불행하게도 객관식 문제풀이의 우리나라 시험 시스템에서는 독서보다 문제풀이 기술의 힘이 더 셉니다.
물론 독서가 바탕이 되면 수업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은 크지만 최상위 등급을 따려면 읽는 책을 접고 문제풀이를 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며 시험의 한계입니다. 특히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한정된 범위 내에서 시험문제가 출제되다 보니 이해보다는 암기가 필요한 부분도 많습니다.
독서와는 별개로 얼마나 꼼꼼하게 외우고 문제풀이 기술을 연마했는지에 따라 등급이 달라집니다.
그러나 모의고사는 정해진 범위가 없습니다.
꾸준히 책을 읽으면서 배경지식이 풍부하게 쌓이면 어렵고 긴 지문이라도 쭉쭉 읽고 이해하면서 제 시간에 풀 수 있습니다.
문맥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휘력이 확장이 되고 유추능력이 키워졌기에 문제집으로 어휘를 공부한 친구와 극명하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고등학교 모의고사 지문들이 정치 경제 사회 문학 과학…등 광범위하다 보니 문제집 공부로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저는 아이에게 독서가 학습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순수하게 읽기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야기 속에 몰입하는 즐거움, 타인이 되어보는 경험을 독서라는 행위를 통해 충분히 누렸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독서에 학습적인 의미를 두지 않는 것, 독서의 본질은 즐거움이라 생각했기에 두 아이의 독서는 밥 먹듯 숨 쉬듯 자연스러운 활동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청이 원하는 답을 잘 찾기 위한 독서를 원하시나요?
너무 늦었으니 그만 읽고 자라고 불을 끄려는 부모를 향해 “한 권 만 더!”를 외칠 만큼 즐거움을 위한 독서를 원하시나요? 선택은 각자의 몫입니다.
2.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엄마 아빠의 무릎
우리나라 독서교육은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지 독서교육이 독후감 쓰기나 독후활동에 치우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읽기에 머무르지 않고 꼭 뭔가를 활동하는 것이 훌륭한 독서라고 강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00권 읽기 한다고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경쟁하듯 과시하듯 사진 SNS에 올리느라 바쁩니다. 너무 요란합니다. 그냥 무릎을 내어 주면 될 것을…
독서에 힘을 줄수록 독서를 미션처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수록 독서는 아이 일상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본질을 놓치는 독서는 지쳐서 빨리 포기하게 되니까요.
일곱 살 때 썼던 딸의 일기를 한 번 볼까요?

딸에게 책을 읽어주다가 꾸벅꾸벅 졸았습니다. 그런 엄마를 위해 딸이 대신 읽어주었습니다. 딸이 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면 엄마는 곤히 잠들었습니다.
그날 저녁에 딸이 썼던 일기입니다.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좋았기 때문에 꾸벅꾸벅 졸고 있는 엄마를 위해 본인이 책을 읽어주면서 엄마가 된 듯한 기쁜 마음이 잘 나타나 있지요.
2학년 때 아빠의 퇴근 시간을 기다리며 썼던 일기입니다.

퇴근하면 책을 읽어주겠노라고 약속했기에 딸은 미리미리 읽고 싶은 책을 꺼내어 아빠를 기다립니다. 아빠는 술 한잔 하자는 친구를 거부하고 일찍 퇴근합니다.
딸에게 책을 읽어줘야 하니까. 그 시간이 정말 좋으니까.
‘우리 아이 문해력 키워줘야지.’ ‘우리 아이 똑똑하게 키워야지’ ‘우리 아이 한글떼게 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주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책을 읽어주면서 순수하게 그 시간 자체를 즐겼기에 아이는 아빠가 책을 읽어주는 시간을 기다리지 않았을까요?
책을 읽어준다는 건 아이에게 ‘아빠가 내게 시간을 내어 책을 읽어줄 만큼 나는 사랑받는 아이구나’ 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위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사랑의 씨앗을 일찌감치 심은 덕분에 사춘기가 되어도 아빠와 관계가 좋았습니다. 이것이 책 읽어주는 의미가 아닐까요?
그러니 미래에 내가 원하는 씨앗은 언제나 과거에 심어야 한답니다.
이것저것 좋은 정보 찾느라 헤매는 시간에 그냥 무릎은 내어주세요.
아이가 원하는 건, 훌륭한 교육용앱이 아니라 엄마 아빠의 무릎입니다.

3. 부모가 함께하는 독서의 힘
정서안정과 친밀감 UP
책을 읽어주는 부모의 따뜻한 음성은 아이 정서에 긍정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식 간 친밀감도 두터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의 어린 시절은 부모와 작은 순간들의 연결이라 생각합니다.
그 순간들을 놓치면 친밀감을 연결하는 끈이 끊어집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는 건 의미 있는 연결의 순간입니다.
그러니 책을 읽어 달라고 하면 “혼자 읽어” 라고 하지 말고, 귀찮아하지 말고 고무장갑 벗고 청소기 코드 빼고 기꺼이 읽어주세요. 시간과 마음을 내어주세요.
설거지와 청소에 자신이 밀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언제까지나 아이가 책을 읽어 달라고 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눈 깜빡 할 사이 아이는 늙어버릴 테니까요.
언어 자산 UP
엄마아빠 품에 안겨 엄마 아빠가 읽어주는 책 이야기속에 빠질 때 바로 그 순간이 독서의 시작입니다.
이런 경험을 얼마나 자주 했느냐에 따라 후에 아이의 독서 능력을 예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척도가 된다고 합니다.
또한 귀 기울여 듣는 힘이 생기고 동시에 풍부한 언어의 바닷속에 빠지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아이는 어휘력이 쌓고 저장을 합니다. 어휘력 문제집이나 학원으로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없는, 어휘자산이 쌓이게 됩니다.
그리하여 문해력을 키우는 독서법은 따로 없지만 독서를 하면 문해력은 저절로 따라옵니다.
종합적인 사고 능력 UP
부모가 읽어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의 뇌는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동시다발적으로 활동을 합니다.
귀로는 이야기를 듣고 머리로는 내용을 이해하면서 장면을 그려내고 다음에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동시에 생각하기 때문에 종합적인 사고능력이 키워집니다.
몰입해서 듣는 경험은 몰입해서 읽기 활동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되어줍니다.
그러니 일단 읽어주세요. 그냥 읽어주세요.
충분히 들으면 자연스럽게 혼자 읽는 습관으로 이어질 테니까요. 처음 습관은 부모가 키워주지만 결국 습관이 아이를 키운다는 사실을 믿어보세요.

4. 신학기 대비 가장 확실한 독서 지도
한 달 만에 완성하는 독서습관! 이라는 말로 낚고 싶지 않습니다.
독서에 완성이라는 건 없으니까요. 그것도 단기간에.
신학기라고 특별한 독서지도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방향이 있을 뿐…
독서지도에 특별한 꿀팁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독서는 꿀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습관으로 하는 것이니까요.
아이가 아직 독서 습관이 잡히지 않았다면 꾸준히 책을 읽어주세요.
아이가 읽기 독립을 선언했다면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시간을 선물해 주세요.
이야기 속에 푹 빠질 수 있게 그냥 두세요. 책 읽고 독서기록장을 쓰라고, 독후활동을 하라고, 단 세 줄이라도 독후감 쓰라고 하면서 태클을 걸지 마세요.
불순한 목적이 끼어드는 순간 독서는 일이 됩니다.
독서가 일이 되는 순간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아이는 책을 읽지 않을 겁니다.
문해력 때문에 국어 시험 때문에 책을 읽는 것도 아닙니다.
독서는 그저 즐겁기 때문에 읽는 것입니다. 그리고 온가족이 저녁 먹고 책을 읽는 가정의 문화를 만들어보세요. 하루 30분이면 충분합니다.
이것이 제가 말하고 싶은 신학기 대비 가장 확실한 독서 지도입니다.
정말 단순하지요. 단순해야 오래 지속할 수 있습니다.
오래 지속하면 예기치 않은 대단한 결과가 따라온다는 것을 믿어보세요.
20년 책육아! 우리말 독서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꾸준히 실천하고 싶다면 김미경 선생님의 독서 강의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