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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불안, 경쟁 속에서 행복 찾기

목차

  1. 불안으로 가득 찬 우리의 모습
  2.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속 불안의 등장
  3. 나의 기쁨을 알아가는 시간
  4. 우리가 기쁨을 찾는 방법

Editor 정탄 선생님과 그 제자  Career 제이티스쿨 대표, (전) 14년차 초등 교사

1. 불안으로 가득 찬 우리의 모습

불안이 존재할 때의 제 모습은 아주 엉망진창처럼 느껴졌습니다.

학생회의 총평회가 시작되었을 때, 나는 나와 별로 친분도 없고 그저 학생회실이라는 작은 공간을 같이 쓰는 선배님들이 가득한 자리에 앉게 되었어요.

요즘따라 사람들의 시선도 마냥 받아내기 버거워져 뒤에서만 괜히 나가겠다고 소리칠 뿐, 막상 기회가 다가오면 손은 밑에서 서로를 마주잡고 있을 뿐이었죠.

그런데 하필이면 가장 기피의 대상인 선배님들이 둘러쌓인 자리에 앉게 되었다니.

낮게 조정된 의자가 더 나를 쪼그라들게 만들었고, 손은 내 마음을 외부로 표출하듯 주체없이 흔들렸습니다. 그 시간 속에서의 이런 내가 너무 싫었던 것 같아요.

괜히 할 일 없어서 휴지를 뜯어 학을 접으려 해도 손은 떨림을 멈추지 않아서 손을 가리게끔 팔짱을 끼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모습.

마치 아이가 숨바꼭질을 할 때 손으로 자기 눈을 엉성하게 가려 놓고 ‘다 숨었어’ 라고 착각하듯, 나는 내 시야에서 아무도 보이지 않게끔 눈을 감고서 잠을 청했습니다.

내 존재가 흐려지길 바라면서 말이죠.

그래도 불안은 어쩔 수 없이 남은 내 귀에 온 신경을 들이부었습니다. 무엇이라도 들어야 학생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아슬아슬한 잠을 청하는 나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 2>에서 캐릭터 ‘불안이’가 다른 감정들을 통에 가둬 놓은 것처럼 불안이라는 감정 말고는 느끼지 못했어요.

기쁨이 숨구멍을 통해 느껴지다가도 금세 안면근육은 굳어갔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선배님들의 말씀을 잘 귀 기울여 듣고 있는 것 같아서 나도 담아내려 노력하는 것처럼, 그로 인해 내 행복 중 하나인 잠 자는 것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들은 성공과 타인의 욕망에 민감합니다.

기쁨 하나도 다른 감정에 의해 제대로 느낄 수 없는 우리들.

조화롭지 못한 존재의 대상입니다.

2.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속 불안의 등장

영화 <인사이드 아웃 2>에서는 하키 캠프에 가게 된 ‘라일리’가 나옵니다.

별거 아닌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시험이 끝나고 나서 본 탓인지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계속 눈가에 찍어 냈어요. 무엇보다 울음보가 터져버린, 맺힌 눈망울이 톡 터져서 흘러내린 장면은 캐릭터 ‘불안이’가 쉴 틈 없이 조작기를 만지며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장면이었습니다.

이번 기말고사는 시험지를 채점 하기 전에는 기대도 가득했고, 이번 문제는 좀 쉬웠다며 거들먹 대면서 시시덕 대기도 했는데, 막상 시험지를 채점 하다 보니 많은 변수가 생겨나게 되었죠.

첫 시간의 3 과목 전부 60점과 70점을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나는 어쩔 줄 몰라 한참을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멍해져 버린 내 시선 속에는 ‘불안이’의 바쁜 몸짓이 보였고, 다음 과목 때는 잘 봐야 한다는 미래를 계획해나가며 나에게 길을 터주었습니다. 행복하지도 않아 보이는 미래를 꾸려가며 말이에요.

이처럼 성적에 관해서는 아주 민감합니다. 우리는 결과를 더 바라봐주는 우리 사회에서는 성적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성공은 결국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소설 <죽이고 싶은 아이> 주연의 문장 중, “아빠가 원하는 꼭대기는 나한텐 그냥 아슬아슬한 낭떠러지일 뿐이라서 매일같이 한 발짝만 더 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어.” 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아이는 성공이 행복하지 않았던 것이죠.

3. 나의 기쁨을 알아가는 시간

1등. 제 친구는 이 말과 아주 잘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미술 선생님의 작은 과제도 완벽하게 해내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죄책감과 스트레스를 스스로에게 주입 시켰어요.

또 마치 늘 ‘불안이’를 머리카락 뒤로 숨기고 다니는 것처럼, 마음 좀 놓았다 싶으면 금방 고민에 빠져버렸습니다.

나는 이 친구를 보면서 절대로 행복해 보인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그 모습을 보는 나는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시험 결과보다도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이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조명을 킨 자리를 제외하고는 도시의 밤보다 더 어두웠던 스터디 카페와, 그 자리에 앉자마자 들려오는, 마치 백색 소음 같은 돌아가는 기계 소리.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이어폰을 끼고 들은 내가 찾던 아주 내 취향인 플레이 리스트.

그 플레이 리스트가 제일 좋았어요. 딱 그 공간에서 몇 분 전 탄 믹스 커피가 금방 식어가는 동안 듣는 그 노래는, 딱 그 때만 그 느낌을 낼 수 있었죠.

어떨 때는 공부를 잠시 두고 아무 생각도 안 한 채로 노래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그 때 만큼은 ‘불안이’가 잠들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게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요.

이게 바로 조화로운 존재가 되는 법이었습니다.

내가 가장 평온함을 느끼고 행복함을 느끼는지, 내가 언제 ‘기쁨이’ 하나만 느끼는 지 스스로 찾는 것.

4. 우리가 기쁨을 찾는 방법

“나도 모르겠어. 불안이를 멈출 방법을 모르겠어. 아마 방법이 없을지도 몰라. 어른이 될수록, 이렇게 기쁨을 덜 느끼게 되는 건가 봐… 그래도 이건 확실해. 라일리를 본래 모습으로 되돌리려면 이 자아를 본부로 다시 가져가야 해. 서두르자.“

“라일리가 어떤 사람이 될지는 너가 정하는 게 아냐. 불안아… 이제 라일리를 놔줘.“

“기쁨아, 라일리가 너를 부르고 있어.”

이 장면에서도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른이 되어갈수록 기쁨을 덜 느끼게 되고, 불안이 가득해진다는 점이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왔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불안 속에서 옛날에 재미로 시작해서 느낀 기쁨을 찾고 싶어서 더욱 머리 속을 뒤집었습니다. ‘라일리’가 ‘기쁨이’를 부르는 것처럼 말이죠.

처음 하키를 할 때에는 놀이로 시작했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것이 스포츠가 되어가는 것.

그 과정에서는 웃음이 피어나지 못합니다. 수 많은 경쟁과, 압박, 기대, 행복하다는 착각, 그 속에서 커져가는 불행이라는 씨앗. 아무리 기쁨을 불러봐도 이러한 ‘불안이’의 소용돌이 때문에 맞닿을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라일리’는 마지막 장면에서 캠프의 결과를 보고 웃었어요. 다시 하키장에 들어서면서 말입니다. 그 웃음은 아마도 캠프 결과에서 떨어지게 되었음을 의미할 것입니다. 스포츠로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때문이죠. 

‘라일리’가 ‘기쁨이’를, 즉 웃음과 놀이를 부른다는 뜻은, 진정 다시 자신의 행복이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우리들도 불안할 때면, 항상 기쁨을 찾습니다.

갤러리 속에 몇 없는 6학년 때의 사진을 보면서 멍을 때리는 것처럼, 처음 받아쓰기 100점을 맞았던 기억을 되살리는 것처럼 그 때의 기쁨을 느끼고 싶어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조화로운 존재가 되는 과정일지도 몰라요.

‘기쁨이’를 찾는 것, 내 옛 행복을 찾는 것.

그래서 우리는 불안할 때마다 잠을 자는 척 눈을 감고, 옛날에 숨바꼭질 하던 그 때의 시절로 돌아가려 하는 건가 봅니다.

눈만 가리면 내가 사라져 버리는 단순한 세상으로 말이에요.


[인사이드아웃2] 고학년 아이가 불안을 마주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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