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일기 잘 쓰는 법

초등학생 일기쓰기,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요?

목차

  1. 일기 쓰기 첫 걸음, ‘마주이야기 ’로 시동 걸기
  2. 일기 쓰는 아이에게 꼭 챙겨줘야 하는 것!
  3. 옆집 아이가 일기를 잘 쓰는 이유

Editor 김미경  Career 초등 일기 쓰기 전문강사, <나는 일기 쓰는 엄마입니다> 저자

일기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쓰는 글입니다.

아이들은 학교 수업 시간에 일기 쓰기에 대한 기본적인 방법을 배우고 익힙니다. 글감을 찾고 날씨, 제목, 생각이나 느낌은 어떻게 표현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교과 과정의 하나로 충분히 가르칩니다. 그러나 방법을 배워도 아이들은 일기 쓰는 것을 부담스러워합니다. 쓰기라는 행위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쓰기는 생각과 감정을 글로 표현함으로써 의미를 구성하는 행위입니다.

쓴다는 것은 고도의 추상적인 활동인데, 아직 아이들의 뇌에 쓰기 회로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읽기 회로가 텍스트를 읽어야 만들어지듯이 일기 쓰기 회로 역시 한 줄이라도 매일 썼을 때 만들어집니다.

아직 쓰기 활동이 준비되지 않은 아이에게 무작정 일기장을 들이밀지 마세요. 일기 쓰기 문턱만 높아지고 감정만 나빠질 뿐입니다.

그래서 준비한 초등 일기 쓰기 세 번째 글입니다. 개인적으로 두 아이의 7년 동안의 일기 쓰기 사례로 초등 일기 쓰기 시리즈 글을 이어갑니다.

글 재주 부리며 쓴 글이 아닌 자신의 삶 속에서 솔직하게 표현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쓰는 글, 초등 일기 쓰기 세계로 초대합니다.

초등학생 일기쓰기

1. 일기 쓰기 첫 걸음, ‘마주이야기 ’로 시동 걸기

한글을 아직 깨치지 않은 경우, 또는 쓰기에 대한 심리적인 문턱이 높은 아이라면 일기 쓰기 대신 ‘마주이야기’로 시동을 걸어주세요.

이것이 일기 쓰기 1단계 활동입니다. 아이와 나누는 대화를 ‘마주이야기’ 라고 합니다. 생각하고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지요.

엄마는 그저 귀담아 들어 주고 마음을 알아주고 감동해주면 됩니다. 그리고 마주이야기를 공책에 기록하면 됩니다.

“네가 한 말이 너무 소중해서 기억하고 싶어 엄마가 적고 있어.”

“엄마와 네가 나눈 마주이야기도 멋진 일기가 될 수 있어.”

한마디로 마주이야기는 말로 하는 일기 쓰기라 할 수 있습니다. 

기록은 엄마가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자기가 한 말이 글이 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지요. 말과 글이 다른 것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점점 익숙해지면 “네가 한 말을 그대로 일기장에 써볼까?”라고 해보세요.

마주이야기 경험을 충분히 하면 일기 쓰기 문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마주이야기 기록을 하나 소개합니다. 저녁을 먹고 배를 먹으면서 1학년 딸과 나누었던 마주이야기입니다.

초등학생 일기쓰기

엄마: (배 조각을 똑같이 나누는 딸을 보며) 어머니 아버지가 배 한 조각이라도 더 먹어야 되는 거 아닐까? 자식을 키우려면 힘이 있어야 하잖아.

: 아니죠. 어머니 아버지가 병들고 아플 때 더 잘 돌보려면 자식이 많이 먹어야죠.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마주이야기.

대본이 있거나 미리 내용을 설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순간 아이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살아있는 생생한 이야기가 바로 마주이야기 입니다. 꽃잎처럼 예쁜 아이 말을 꾸밈 없이 그대로 엄마는 공책에 기록합니다.

마주이야기 하나 더 살펴볼까요? 학교에 갓 입학한 아들이 잘 적응하고 있나 걱정이 된 엄마가 6살 딸과 나눈 마주이야기 입니다.

일기 쓰기

여섯 살 아이의 입에서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는 것은 평소 함께 사는 부모에게서 자주 들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아이가 스승입니다. 동시에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라는 것도 알게 되지요.

마주이야기는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마주 보고 들어주면 됩니다.

그러나 부모는 아이에게 끊임없이 들으라고 합니다.

“학교 가서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엄마 아빠 말을 잘 들어야지.” 학원에서도 선생님 말씀 잘 들으라고 합니다.

정작 들어야 하는 사람은 어른입니다. 

그러니 아이에게 말 할 시간과 기회를 주세요.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 글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마주이야기로 일기 쓰기 시동을 걸어주세요. 말하기도 일기 쓰기도 궁극적으로 자기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마주이야기를 기록하고 아이가 쓴 일기에 댓글을 달아주는 것이 그 어떤 일기 쓰기 스킬을 지도하는 것보다 훨씬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소통이라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SNS와 차원이 다른 소통을 경험하게 됩니다.

2. 일기 쓰는 아이에게 꼭 챙겨줘야 하는 것!

언제 어디서나 간단하게 메모하는 것, 그것 또한 일기입니다.

학교 교과 과정에서는 일기와 메모를 구분하여 가르치기도 합니다만, 넓은 의미에서 메모도 일기라고 생각합니다.

미디어의 발달로 필기를 할 수 있는 도구가 다양해졌습니다.

초등 일기 쓰기에서는 연필과 일기장을 이용한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법을 권합니다. 손은 제 2의 뇌라고 하지요.

일기장에 연필로 손으로 꾹꾹 눌러 쓰는 활동은 아이들에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소근육 운동은 기본이고 손으로 하는 자극이 뇌 발달로 연결이 되니까요.

그러니 일기 쓰기 2단계, 꼭 챙겨줘야 하는 것은 언제나 아이 가방에 예쁜 수첩 하나!

  1학년 딸이 현장 학습 다녀오는 버스 안에서 친구와 나누었던 이야기, 현장 학습 장소에 대해 수첩에 간단하게 메모했습니다.

담임 선생님과 같은 반 친구들이 배를 타고 에버랜드 가는 날, 몇 시간씩 배 안에서 지내니 지루하고 심심해 자연스럽게 수첩을 꺼냅니다.

초등학생 일기쓰기

아들 역시 비양도로 야영을 가면서 챙겨간 수첩에 메모를 했습니다. 돌아와서 일기장에 메모지를 찢어 붙이면 그날 일기 쓰기는 끝!

메모하는 것은 쓰기에 익숙해지는 과정입니다. 일기 쓰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3. 옆집 아이가 일기를 꾸준히 쓰는 이유

글감을 찾아내는 능력만 있으면 이미 일기 쓰기 100점입니다.

글감을 찾아 내는 능력은 가르쳐 준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가능하지요. 그것은 삶의 여유에서 옵니다.

일기를 잘 쓴다는 말은 일상에서 글감을 잘 찾아 자연스럽게 쓴다는 말입니다. 아이의 글감을 위해 이벤트를 하거나 나들이를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니 아이가 자신의 일상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일상을 가지치기 해주세요.

부모가 짜 놓은 일상을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아이가 자기 삶을 들여다보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스케줄 소화하느라 허겁지겁 사는 아이가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사치로 느끼지 않을까요?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담장에 핀 장미꽃을 한참 들여다보는 여유를 가진 아이는 장미꽃을 본 감동을 일기장에 적을 수 있습니다.

이동 도서관 단골 손님인 아이는 아파트 단지 앞에서 이동 도서관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을 일기장에 표현합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자 마자 학원 버스에 오르고 저녁 늦게 귀가하는 아이라면 가능하지 않겠지요.

이동 도서관이 얼마나 좋았으면 시키지 않아도 만화로 표현했을까요?

우리 집은 매일 일기 쓰기로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는데 옆집 아이는 꾸준히 일기를 쓰고 있다면 비법이 무엇인지 고민 되시나요?

내 아이와 옆집 아이를 비교하지 말고 일상을 비교해보세요.

옆집 아이가 일기를 꾸준히 잘  쓰는 이유는 그 아이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쫓기지 않고 여유 있는 일상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아이가 쓴 아빠의 금연 관찰 일기를 한 번 볼까요?

금연 선언을 하고 실천하는 아빠의 모든 과정을 지켜봅니다.

금단 현상으로 괴로워하는 아빠를 안타까워하면서 ‘애초에 피지 말았으면 좋았을걸…’ 혼자 생각하면서 포기하지 않는 아빠를 응원하지요.

조금씩 아빠 얼굴에 생기가 돌고 담배 냄새가 사라지니 기쁜 마음을 일기장에 표현합니다. 금연을 실천하는 아빠가 자랑스러워,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자랑한다고 하면서 애정을 담아 ”아빠 사랑해요” 라고 금연 관찰 일기를 썼습니다.

  하루 종일 빽빽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바쁘게 사는 아이가 과연 금연에 도전하는 아빠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을까요? 금연 중인 아빠의 신경 변화를 느낄 수 있었을까요?

결국 글감은 평범한 일상에 널려있습니다. 그러니 아이에게 일상을 돌려주는 것이 일기 쓰기 문턱을 잘 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아이 삶이 살아야 주고받는 말도 살고 글도 살아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 일기를 읽고 부모가 댓글을 달아주는 과정은 아이에게 쓰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줍니다.

결국 일기 쓰기는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소통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아이는 알게 될 것입니다.

일기 쓰기의 본질은 소통이고, 글쓰기 실력은 덤으로 따라옵니다.

아이와 즐겁게 하루를 기록하는 방법을 배워보세요!

일기는 숙제가 아니다! 나를 위한 일기 쓰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