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일기는 왜 쓸까요?
- 그림 일기의 핵심은 뭘까요?
- 말풍선으로 주제 잡는 법
- 채찍보단 당근으로!
Editor 까까쌤 Career 일기 논술 지도사 2급, 하브루타 지도사 1급
안녕하세요 하브루타 지도사 까까쌤이에요. 제가 일터와 가정에서 하브루타 교육을 진행하며 얻은 노하우를 학부모님들과 나누려고 합니다.
1. 일기는 왜 쓸까요?
<나는 오늘 짜장면을 먹었다. 짬뽕도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다음에 또 먹고 싶다.>
아이가 이렇게 뻔한 일기를 쓰고 있나요? 일기 쓰기가 괴로워 몸을 배배 꼬고 있나요?
초등 1학년 여름 방학이 되면 많은 친구들이 학교에서 일기 쓰기 숙제를 받아옵니다. 학교에서는 왜 일기 쓰기 숙제를 내 주는 걸까요?
일기(日記)란 그 날 있었던 일에 대한 개인의 기록입니다. 우산을 쓰고 학교 가는 길에 들었던 타닥타닥 빗방울 소리, 급식으로 나온 맛있는 소시지 반찬, 땀을 뻘뻘 흘리며 달리기를 했던 체육 시간 등을 떠올리며 아이들은 자신이 보낸 하루를 성찰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즐거움, 뿌듯함, 감사와 같은 긍정적 감정, 후회나 속상함과 같은 부정적 감정도 다시 한번 곱씹어볼 수 있게 되죠.
하지만 이런 활동을 부모와 아이가 식탁에 앉아서 대화로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기장에 기록하는 것이 바로 일기입니다.
아이가 하루 동안 겪고, 느낀 일들을 말이 아닌 글로 표현하는 <글쓰기의 첫 걸음>이 되는 것이죠. 그럼 이 첫 걸음을 떼는 우리 친구들에게는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요?
2. 그림일기의 핵심은 뭘까요?
왜 바로 줄글 일기를 쓰지 않고 그림 일기를 쓰게 할까요?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그림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중간 과정이 필요한 거예요.
보통은 그림 일기에서 글만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아이들의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얼마나 많은 생각과 정보들을 그림으로 표현했는 지 알 수 있습니다.
눈으로 보고 느낀 것을 그림으로는 쉽게 그렸지만, 글로 표현하기는 아직 어려운 초등 저학년 친구들에게는 부모님이 먼저 그림을 읽어주세요.
2학년 친구의 일기를 살펴 볼까요?
아이는 <체육 시간에 피구를 했다. 우리 반이 이겼다. 또 하고 싶다.>라고 짧은 세 문장으로 글을 썼습니다. 너무 단조롭고 뻔한 일기 같죠?
하지만 아이가 그린 그림을 잘 살펴볼게요. 우리 반과 상대 반이 서로 다른 티셔츠를 입고 경기를 했네요. 또 우리 반 친구들은 모두 웃고 있지만, 상대 반 친구들은 입꼬리가 쭉 내려가 있습니다.
이 아이는 그림으로 상황을 잘 표현했어요. 이제, 이렇게 질문해 볼까요?
“주황 색 티셔츠를 입은 게 우리 00이 반이구나?”
“4대 4로 피구 경기를 했네?
“너희 팀은 여자가 두 명이고, 상대 팀은 여자가 한 명이었어?”
“상대팀 친구들이 억울한지 눈물까지 흘리는구나!”
“이겼을 때 너의 마음은 어땠니?”
지금 당장은 글로 어떻게 표현할 지 몰라 그림으로 표현했지만, 이렇게 부모가 아이의 그림을 읽어 주면, 나중에는 이렇게 작성할 수 있습니다.
<체육 시간에 피구를 했다. 우리 반은 주황색 티셔츠, 상대 반은 빨강색 티셔츠를 입었다. 4대 4로 맞붙었는데, 우리 팀에는 남자가 두 명분이라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이겼다. 나는 너무 좋아 만세를 외쳤다. 다른 반 친구들은 속상해서 울음을 터뜨렸다. >
이와 같이 무엇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지 깨닫고 글로 옮기는 힘이 생겨납니다.
3. 말풍선으로 주제 잡는 법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그림으로 다양한 정보와 감정들을 전달하지만, 그림 그리기를 싫어하는 친구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말풍선을 달아 그림에 포인트를 잡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1학년 친구의 일기입니다.
해님이 쨍쨍하지만, 바람도 휘잉 불고 있네요. 날씨를 잘 표현한 그림입니다. 두 아이가 사탕을 들고 서 있지만, 그림만 봐서는 무엇을 주제로 그린 그림인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아이와 대화를 시작합니다.
까까쌤: 해님이 쨍쩅한데 바람도 불고 있구나! 여기가 어디일까?
학생: 어제 바닷가에 다녀왔어요. 더운데 바람도 많이 불었어요.
까까쌤: 여기 그린 두 아이는 우리 00이와 누나야?
학생: 네! 아빠가 누나랑 저에게 아주 커다란 롤리팝 사탕을 사 주셨어요!
까까썜: 그런데 왜 누나 사탕은 이렇게 작아?
학생: 누나는 사탕을 까다가 떨어뜨렸거든요!
까까쌤: 누나는 정말 속상했겠다. 그런데 이렇게 큰 사탕을 다 먹으려면 얼마나 걸려?
학생: 진짜 오래 먹었어요! 한 시간도 넘게 걸려서 제가 다 먹었어요!
까까쌤: 우리 00이가 여기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을 한번 말풍선에 넣어보자!
말풍선 달기 활동은 밋밋한 그림에 포인트를 주고, 동시에 아이가 전달하고자 하는 하나의 주제를 골라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아이는 <어제 바닷가에서 롤리팝 사탕을 먹었다. 사탕이 너무 커서 다 먹는데 한 시간도 넘게 걸렸다. 그래도 다 먹었다. 혓바닥이 빨개졌다.>라고 일기를 완성했습니다.
4. 채찍보단 당근으로!
아이들이 써 온 일기 한 편을 읽어 보면요, 글씨는 삐뚤빼뚤,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엉망진창, 도대체 이런 걸 글이라고 썼는지 형편없는 실력에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하지만, 꼭 기억해 주세요!
지금 우리 아이들은 글쓰기의 첫 걸음마 단계라는 것을요. 아이들이 첫 걸음마를 뗄 때를 생각 해 보세요.
완벽히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려도, 그 작은 발걸음 하나에 박수를 보내주었잖아요! 아이들은 그 박수에 용기를 얻어, 힘겨워도 한 발, 두 발 또 걸음을 뗐습니다.
우리 친구들의 일기도 마찬가지에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틀린 것부터 지적 받은 아이들은 일기 쓰기가 당연히 싫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림 일기 단계는 채찍 말고 당근을 주어야 할 시기랍니다. 일기 쓰기 힘들어하는 아이에게는 이렇게 한 번 말해보세요.
- 용기를 채워주는 까까쌤의 하브루타 언어
“오늘은 네가 좋아하는 사탕 먹으면서 일기 써 볼까?”
“그림을 정말 정성껏 그리는구나! 너는 태도가 참 멋진 아이야!”
“글씨체가 어제보다 더 좋아진 것 같아! 글씨 쓰는 것이 힘들었을 텐데 고생했구나!”
“어떻게 이런 표현을 썼어? 엄마도 따라해봐야겠다!”
어린 시절 글쓰기로 얻은 뿌듯한 경험은, 평생 이어질 긴 글쓰기 여정에 좋은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의 결과물이 아닌, 아이의 글쓰기 정서에 더 집중해주세요.